범이 내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한 짐생이 내려온다 - 2

https://youtu.be/gnIZ7RMuLpU?si=BESDDnF1q5jM2gH2

 

https://youtu.be/kcASPx3-HuI?si=ikJkBea4qmNRyNB9

 

 

*뤼튼 플레이 로그*

: 최재영 일대일 @imnothuman

: 일부 수정 및 각색

 

https://mangsangmachine.tistory.com/

about ju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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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 없이 나는 설원회 본부에 와 있다. 최재영, 그를 면담하기 위해서. 익숙한 듯 테이블에 앉아 상담 일지를 꺼낸다. 벌써 꽤... 많이 쌓였네. 그러나 내가 그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 있었던 건 지난 주가 처음이니까, 의미가 있는 상담 일지는 지난 주 것 뿐이네. 불투명한 유리 너머로 문이 열리고 최재영이 들어온다. 이번에는 평소보다 더 피곤해 보이는 발소리가 들린다. 의자에 거칠게 앉으며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린다.

 

"최재영 씨, 일주일 만이네요. 약은 어땠어요? 이번에는 진통제도 추가로 넣을게요."

 

이번에는 잘 지냈냐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 어차피 그는 잘 지내지 못 했을 게 분명하니까. '자신이 키운 범'이 자신을 죽이는 꿈, 그 공포감과 두려움으로 점철된 일주일을 보냈을 테니까 말이다. 볼펜을 돌리며 나와 그가 비치는 유리를 쳐다본다.

 

"지난 번 이야기, 이어서 할까요? 약을 변경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약이 조금 세긴 했을 텐데."

"약은... 그저 그랬어. 잠은 좀 잤는데 꿈을 꿨어. 계속... 같은 꿈."

 

그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인 후 천천히 연기를 내뿜는다. 담배를 너무 피워서 일찍 죽을 것 같다, 저 사람은.

 

"진통제? 좋지. 머리가 깨질 것 같으니까."

 

잠시 침묵이 흐른다. 최재영은 유리벽 너머로 나의 실루엣을 응시하는 듯하다. 그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고 쉬어 있다. 마치 밤새 소리를 지른 것처럼.

 

"넌... 네가 키운 걸 죽여본 적 있어? 아니, 죽이고 싶었는데 못 죽인 적 있어? 내가 약해져서가 아니야. 그냥... 안 되는 거야."

 

그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그를 응시한다. 상담 일지를 작성하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악몽, 두통, 여전한 불안감, 죄책감? 종이에 글자를 적는다.

 

"저는 제가 키운 걸 죽여본 적이... 아, 있네요. 제가 식물을 잘 못 키워요. 그래서 열심히 키웠는데 죽은 적은 있어요. 죽이고 싶었는데 못 죽인 적이라... 그건 없는 것 같은데. 최재영 씨는요?"

 

약하다는 말을 하는 그의 말을 천천히 곱씹는다. 한 조직의 보스면서도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있다니. 의아하다. 그냥 안 된다는 게 무슨 뜻일까.

 

"그냥 안 된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담배 연기가 천천히 그의 실루엣 주위를 맴돈다. 최재영은 당신의 대답을 듣고 작게 비웃는다. 그가 의자에 깊숙이 기대며 눈을 감는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쉰다.

 

"식물? 그런 게 아니야. 그냥 안 된다는 건... 내가 죽이려고 해도 못 죽인다는 거야. 내 손이 떨려. 방아쇠를 당길 수가 없어. 내 피니까..."

 

최재영이 갑자기 말을 멈추고 이마를 짚는다. 두통이 찾아온 듯하다.

 

"씨발... 다시 시작됐네."

 

그가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작은 약병을 꺼낸다. 뚜껑을 열고 알약 하나를 입에 털어 넣는다.

 

"내가 키운 범... 결국 날 잡아먹을 거야. 그 새끼는 어렸을 때부터 달랐어. 눈빛이... 그냥 보통 애가 아니었어. 난 그걸 알아봤지. 그래서 내가 먼저 손을 썼는데... 결과적으로 더 큰 괴물을 만들어버렸어."

 

최재영의 말에 상담 일지를 이어 작성한다. 길러낸 범, 아들? 그의 말을 하나하나 해부하듯 다시 되짚는다. 내가 작성한 상담 일지와 함께. 그러니까 자신이 키운 범이 자신을 죽이려 들지만 죽일 수 없다, 그 이유는 아들이라서다... 라는 이야기인데.

 

"상담 내용은 모두 비밀이에요. 누군가에게 발설하지도 않을 거고요. 범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은데요. 먼저 손을 썼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조치를 취하셨나요? 그럼 그 범이라는 게 아들이네요. 최재영 씨의 목을 노리고 있는, 그 범이 최재영 씨의 아들이라."

 

죄책감과 불안감에 동그라미를 계속해서 친다. 무언가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그 아들에 대한 최재영 씨의 감정은 어떤가요?"

 

최재영이 의자에서 불편하게 몸을 뒤틀며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다. 그의 손가락이 유리 테이블 위를 초조하게 두드린다.

 

"비밀? 아, 씨발... 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가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를 더 꺼내 물지만, 불은 붙이지 않는다. 입술 사이에 담배만 문 채로 중얼거린다.

 

"그 새끼는... 의사 양반 말대로 내 아들이 맞아. 그렇다고 내가 사랑해서 낳은 건 아니야. 그냥... 실수였어."

 

그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린다. 건조하고 공허한 웃음. 그는 두루뭉술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내 감정? 뭐... 죽이고 싶어. 하지만 못 죽여. 그리고 가끔은... 내가 잘못했나 싶기도 해. 그 새끼를 그렇게 보냈으면 안 됐는데. 어릴 때 그 새끼를 중국으로 보냈어. 살려두면 내가 위험할 것 같았으니까. 근데 그게... 더 큰 괴물을 만들어버렸지."

 

담배를 입에 문 채로 최재영이 말을 이어간다. 그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내가 그 새끼를 15살 때까지 중국에 버려뒀어. 그런데 돌아왔을 때...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었어. 아니, 애초에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가 마침내 담배에 불을 붙인다. 라이터 불빛에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보인다. 그가 갑자기 의자를 밀고 일어선다. 깜짝이야, 아.

 

"난 그 새끼가 날 죽이려고 한다는 걸 알아. 매일 밤 꿈에서 그 새끼가 내 목을 조르는 느낌이 들어. 그런데도... 내가 먼저 손을 못 써. 내 피니까. 오늘은 여기까지야. 약이나 처방해줘. 더 강한 거로."

 

최재영이 유리벽 앞에 다가와 서 있다. 그의 그림자가 어느새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죄책감? 부성애? 상담 일지에 단어를 적는다. 그리고 마지막 줄에는 아들에 대한 감정 정의 필요, 라고 기록한다. 이어 처방전을 적다가 손을 멈춘다. 그리고 유리를 향해 시선을 옮긴다. 나는 그의 형체만 보일 뿐이지만.

 

[sertraline 50mg 1 tab, lorazepam 1mg 1 tab, aripiprazol 2mg 1 tab, propranolol 10mg 1 tab, zolpidem 10mg 1 tab * 10days]
[alprazolam 0.5mg 1 tab(불안, 필요 시), ibuprofen 400mg 1 tab (두통, 필요 시) * 20days]

"약은 며칠 여유가 있게 처방했어요. 그렇지만 한꺼번에 다 드시지 마세요. 아, 운전이랑 술도 금지예요. 약을 더 강하게 처방해 달라고 하셔서 지난 번보다는 조금 더 몽롱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중간에라도 불편하시면 연락 주세요. 그럼 저희는 다음 주에 또 뵐게요."

 

그에게 고개를 가볍게 꾸벅이고는 상담 일지를 챙겨 설원회 본부를 벗어난다. 내가 떠난 자리에는 처방전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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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은 처방전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 이전보다 더 많은 약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와 책상 위에 놓여진 처방전을 접어 주머니에 넣는다.

 

"이게 도움이 될까..."

 

그는 유리문을 열고 나와 긴 복도를 걷는다. 휴대폰이 울리자 화면을 확인한다. '남유진'이라는 이름이 떠 있다. 전화를 받는다.

 

"뭐야."

 

복도를 걸으며 최재영은 남유진과의 통화를 이어간다. 그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진다.

 

"뭐라고? 말 똑바로 해."

 

남유진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보스, 주찬이 최하람이랑 접촉하는 걸 봤습니다. 둘이 비밀리에 만나더군요. 제가 미행해봤는데... 아무래도 정보를 주고받는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

"최소 한 달은 된 것 같습니다. 주찬이 최하람에게 우리 내부 정보를 흘리고 있을 가능성이..."

"그 새끼가 뭐? 언제부터 주찬이랑...? 씨발..."

 

최재영의 손이 떨린다. 그는 전화를 끊고 벽을 세게 내리친다. 그의 호흡이 거칠어진다. 그는 담배를 꺼내 물지만, 손이 너무 떨려 불을 붙이지 못한다.

 

"내가 직접 심은 칩으로 주찬을 감시했는데... 그새끼가 어떻게 최하람을 만났지? 아니, 주찬이 최하람을 어떻게 알아? 그 둘은 만난 적도 없는데..."

 

최재영은 담배를 다시 주머니에 넣고 사무실로 향한다.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는 자신의 넓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문을 잠그고 창문의 블라인드를 내린다. 그는 책상 서랍을 열어 작은 금고를 꺼낸다.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금고가 열리고, 그 안에는 USB 하나와 작은 리모컨이 들어있다.

 

"다 무너지고 있어..."

 

최재영은 리모컨을 손에 쥐고 한참을 바라본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빨간 버튼 위에서 맴돈다. 주찬의 뒤통수에 심어둔 폭탄을 작동시킬 수 있는 버튼.

 

"아직... 아직은 아니야. 확실히 해야 해."

 

그는 리모컨을 다시 금고에 넣고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누른다.

 

"우태석, 당장 내 사무실로 와. 주찬을 감시할 사람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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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석이 문을 노크하고 들어오자 최재영은 창가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사무실은 담배 연기로 자욱하다. 최재영이 의자를 가리킨다. 그의 목소리에 긴장감이 묻어있다.

 

"왔어? 앉아. 주찬이 배신했어. 최하람과 접촉하고 있더군. 남유진이 발견했어."

 

우태석의 표정이 굳어진다. 최재영은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며 계속한다. 그가 책상 위를 손가락으로 두드린다. 최재영이 창밖을 응시한다.

 

"주찬을 24시간 감시해. 최하람과 다시 접촉하면 즉시 보고해. 하지만 절대 들키지 마. 내가 직접 처리할 거야. 그리고 최하람의 동향도 파악해. 그 새끼가 뭘 계획하고 있는지 알아내야지. 모든 게 무너지기 전에... 내가 먼저 손을 써야 해."

 

우태석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네, 보스. 즉시 감시 인원을 배치하겠습니다."

 

최재영은 손을 들어 그를 멈춰 세운다.

 

"잠깐... 누구한테도 말하지 마. 남유진에게도. 난 아직 누가 최하람 편인지 모르니까."

 

우태석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가자, 최재영은 다시 창가로 향한다. 그의 얼굴에 불안감이 역력하다. 그는 서랍에서 약통을 꺼내 두 알을 삼키고 위스키 병을 집어든다. 유리잔에 술을 따르는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그는 작게 중얼거린다.

 

"벌써 시작됐어... 그 새끼가 조직을 장악하려고, 이제하를 죽였을 때처럼... 내 차례가 온 건가? 내가 먼저 움직여야..."

 

최재영은 술을 단숨에 들이킨다. 그는 술잔을 내려놓고 주먹을 꽉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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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오늘도 설원회 본부로 향한다. 테이블에 앉아 상담 일지를 꺼내고, 그를 기다린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유리를 넘어 들린다.

 

"최재영 씨, 또 보네요. 잠은 좀 주무셨나요? 약을 조금 세게 쓰긴 했는데. 아, 그리고... 오늘은 최재영 씨의 과거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요. 약은 그 이후에 조절하도록 하죠."

 

최재영이 들어오는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 눈 밑의 다크서클이 짙어졌고, 피부는 더 창백해 보인다. 그는 천천히 의자에 앉으며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린다. 지난 주에 잠깐 들었던 그의 이야기들을 떠올린다. 오늘은 자세히 들어야만 할 것 같다.

 

"잠? 아니, 못 잤어. 약이 세다고? 효과 없던데. 그리고 내 과거? 왜? 치료에 도움이 돼?" 

 

최재영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불은 붙이지 않은 채. 그가 신경질적으로 웃는다. 그 정도의 약을 먹고도 효과가 없다는 그의 말에 미간이 찌푸려진다.

 

"뭘 알고 싶은데? 내가 어떻게 이제하를 죽이고 보스가 됐는지? 아니면 최하람을 어떻게 낳았는지? 이제하는 내가 죽였어. 최하람은... 그냥 실수였고. 더 알고 싶은 게 뭐야?"

 

그의 목소리에 방어적인 톤이 묻어난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다소 날카롭게 나오는 그의 목소리에도 고개를 작게 흔들고는 차분하게 대답한다.

 

"치료적인 목적 외에는 없어요. 이걸 어디 떠벌릴 것도 아니고, 그냥 저는 약을 처방하기 위해서 듣고 싶은 거니까요."

 

최재영이 담배를 물고 있던 입에서 빼내며 한숨을 내쉰다. 그의 눈빛이 잠시 멍해진다.

 

"치료 목적... 그래, 뭐. 어차피 내 인생이 치료가 될 리 없지만."

 

그가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는다. 피로가 가득 묻은 얼굴. 한참의 침묵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 정적을 깨트린다, 그의 목소리로.

 

"이제하는 1대 보스였어. 내가 그의 오른팔이었지. 근데 그 새끼가 나를 죽이려고 했어. 내가 먼저 손을 썼을 뿐이야."

 

그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계속한다. 그가 낮게 웃는다. 그 웃음소리에는 쓴맛이 묻어있다.

 

"최하람은... 그냥 파출부와의 실수였어. 그 여자가 애를 낳았고, 난 키웠지. 하지만 그 애는... 처음부터 달랐어. 어릴 때부터 감정이 없었어. 사람을 보는 눈이... 마치 사냥감을 보는 것 같았지. 난 그가 언젠가 나를 죽일 거라는 걸 알았어. 그래서 15살 때 중국으로 보냈어. 그런데... 그게 더 큰 실수였어."

 

최재영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계속 이야기한다. 그의 목소리에는 후회와 분노가 섞여 다소 거칠게 들린다.

 

"베이징에서 그 새끼는... 변했어. 아니, 더 정확히는 원래 그랬던 거겠지. 그냥 드러난 것뿐이야. 중국에서 돌아왔을 때, 그 새끼는 이미 작은 조직을 만들어놨어. 15살짜리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그 새끼는 해냈지."

 

최재영이 잠시 침묵한다. 그의 눈빛이 흐려진다.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작아진다.

 

"그 새끼는 내 자리를 노리고 있어. 난 그걸 알아. 그래서 내가 먼저 손을 써야 했는데. 근데 못 했어. 내 피니까, 내 아들이니까..."

 

최재영의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스친다. 분노, 두려움, 그리고 희미한 애정까지.

최재영이 마침내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인다. 깊게 한 모금 빨아들인 후 천장을 향해 연기를 내뿜는다. 그의 눈에는 멀리 있는 무언가를 바라보는 듯한 공허함이 있다. 그가 쓴웃음을 지으며 재떨이에 담배 재를 털어낸다.

 

"그 새끼... 최하람은 자기 딸이 있다고 들었어. 비밀로 키우고 있다더군. 엄마는 죽였다고. 내가 놈에게 했던 것처럼... 똑같이 하고 있어. 피는 못 속이나 보지?"

 

최재영이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간다. 그의 어깨가 무겁게 처져있다. 그가 창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요즘 주변이 이상해. 누가 내 편인지 알 수 없어. 주찬이 배신했고... 다른 놈들도 최하람에게 넘어갔을지 모르지. 내 머릿속이 자꾸 터질 것 같아. 약이... 더 강한 약이 필요해."

 

그의 말을 들으며 상담 일지를 작성한다. 배신, 죄책감, 애정, 최하람, 약물 중독. 일지 모서리에 볼펜으로 어김 없이 동그라미를 그린다.

 

"약은 더 이상 안 돼요. 지금 먹는 것도 너무 많은 거, 알고 있으시잖아요."

 

그가 문을 열고 들어와 내 앞에 앉는다. 그의 얼굴을 이제서야 제대로 본다. 그가 1대 보스 이제하를 죽였던 것처럼, 그의 아들 최하람은 최재영을 죽이려고 한다. 그가 키워낸 괴물, 그리고 그의 죄책감.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