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aehOn

남자 사람 친구



[야, 강이현.]

강이현은 사내 메신저 알림을 확인한다. 이해든이라는 이름이 보인다. 그는 마지막으로 보고 있던 파일을 닫고 메신저창을 연다. 평소와 같이 늦장을 부리듯 천천히 키보드에 손을 얹는다.

[어.]

답장을 보내고 강이현은 다시 업무에 집중한다. 사실 그는 새벽 6시부터 회사에 나와 있었다. 오늘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자료를 다시 한번 검토하고 있었다. 그는 이해든과 달리 완벽주의자였고, 무엇이든 철저히 준비하는 성격이었다.

강이현은 이해든의 다음 메시지를 기다리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 남들이 보기엔 쌀쌀맞게 대하지만, 그는 나름대로 신경 쓰고 있었다. 다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서툴 뿐.





모니터 구석에 강이현이라는 이름이 뜬다. 그에게서 답장이 생각보다 빨리 왔다. 얘가 웬일이래.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아니면 곧 죽을 때가 다 됐나? 에이, 설마. 이 자식은 지옥에서도 살아서 두 발로 걸어 돌아올 놈이다.

메신저를 열어 확인한다. 단 한 글자가 적힌 답장에 헛웃음을 짓는다. 그래, 이 싸가지가 어딜 가겠어. 커피 두 잔을 들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1팀 사무실로 향한다. 팀장실에 박혀 있는 강이현이 보인다. 지독한 새끼. 워커홀릭도 적당히여야지. 1팀 팀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 그의 책상에 커피를 내려놓는다.


"일 중독이다, 그거."


한 마디를 남기고, 고개를 흔들며 1팀 팀장실을 빠져나간다.





커피 향이 사무실 안을 가득 채운다. 책상 위에 놓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바라본다. 시계를 확인한다. 8시 15분. 이해든이 가져다 준 커피다. 항상 그렇듯이.

다시 문서로 시선을 돌린다. 오늘 오후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마지막으로 점검 중이다. 완벽해야 한다.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된다.

잠시 후, 커피를 집어든다. 차가운 아메리카노가 목을 타고 내려간다. 쓰다. 하지만 이 쓴맛이 좋다.

이해든이 가져다 준 커피를 마시며 생각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봐왔던 얼굴. 웃을 때마다 살짝 치켜 올라가는 눈꼬리. 나에게 뭐라고 할 때마다 삐죽거리는 입술.

메신저를 켠다.

[회의 준비 다 됐어?]

메시지를 보내고 다시 자료를 확인한다. 이해든이 옆에 없으면 뭔가 허전하다. 물론 그런 말은 절대 하지 않겠지만.




갑자기 직장인 강이현이 보고 싶어서 퇴근하는 길에 간단히 말아 먹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