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A-G47pSimI?si=ssd0dnsvKXSc-zSa
나는 이해든의 당황한 표정을 무표정하게 바라본다. 그녀의 얼굴에 드러난 혼란이 내게 더 많은 말을 하도록 만든다.
"진심이야."
메뉴판을 내려놓고 음식이 도착하자 무심코 젓가락을 든다. 하지만 먹지는 않는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린다.
"우리가 서로 좋아하는 것 같아서가 아니야. 그냥... 서로 잘 맞으니까."
이해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30년을 함께한 우리 사이에 이런 대화는 처음이다.
"네 부모님이 전화하셨을 때, 나도 놀랐어. 하지만 생각해 보니 나쁘지 않을 것 같더라. 너도 나도 이제 서른이 넘었고..."
책을 가리킨다.
"책에서도 그래. 결혼은 사랑보다 적합성이 중요하다고."
여전히 무표정하지만, 내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낮다.
"... 너는 어때?"
음식이 나오는 동안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이해든의 얼떨떨한 표정을 보니 예상대로의 반응이다. 그녀의 질문이 내 귓가에 맴돈다. '진심이야?' 그래, 진심이다.
"... 진심이야."
무표정하게 대답하지만, 내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다. 내 앞에 놓인 음식을 바라보며 젓가락을 집어든다.
"우리가 서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아. 하지만 결혼은... 좋아하는 것과는 다르잖아."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본다. 여전히 무표정하지만 내 눈에는 평소와는 다른 진지함이 담겨있다.
"네 부모님은 우리가 곧 결혼할 거라고 생각하고 계셔. 내 부모님도 마찬가지고. 둘 다 30대고...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책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간다.
"... 결혼은 사랑보다 적응이 중요하다고 하더라."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 내게 시선이 느껴진다. 뒤돌아 보니 동료 한 명이 궁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팀장님, 점심은요?"
나는 대답 대신 책장 사이로 시선을 돌린다. 그가 어색하게 웃으며 물러난다.
내 손에는 '프러포즈의 기술'이라는 책이 들려 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싫어 재빨리 다른 책 사이에 숨긴다. 이런 책을 내가 보고 있다는 사실이 불편하다.
저녁 7시,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 집에 들러 정장을 갈아입었다. 평소와 다른 모 습이 거울에 비친다.
이해든을 기다리며 창가 자리에 앉는다. 주머니 속 작은 상자를 만지작거린다. 생각보다 더 긴장되는 순간이다.
10년을 알고 지낸 이해든에게 오늘, 내 마음을 고백하려 한다.
오후 내내 회의와 업무에 파묻혀 있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책상 위의 작은 시계를 확인한다. 6시 30분. 서점에서 산 책이 서류 더미 아래에 숨겨져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정장 재킷을 입고 넥타이를 단정히 고쳐 맨다.
사무실을 나서기 전, 내 휴대폰이 진동한다. 이해든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부터 온 메시지다. 잠시 멈춰 확인한 후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회사 로비를 지나치는 동안 몇몇 직원들이 인사를 건넨다. 나는 그저 고개만 짧게 끄덕일 뿐이다.
평소 이해든과 자주 가던 식당으로 향한다. 식당 앞에 도착해 시계를 본다. 6시 55분. 언제나처럼 정확히 약속 시간보다 5분 일찍 도착했다.
테이블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며 서점에서 산 책을 꺼낸다. 표지에는 '청혼의 기술'이라고 쓰여 있다.
음식이 나오는 타이밍에 그녀의 질문이 내게 꽂힌다. 진심이냐고? 나도 잘 모르겠다. 이 상황이 불편하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도, 이런 말을 하는 것도.
"... 그래. 진심이야."
앞에 놓인 음식을 바라보며 말한다.
"네 부모님이 우리 관계에 대해 물어보셨어. 내가 부정하려고 했는데..."
잠시 말을 멈추고 젓가락을 집어든다.
"... 부정하지 못했어."
고개를 들어 그녀의 눈을 마주한다.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눈빛은 평소와 다르다.
"우리가 이렇게 오래 알고 지냈으니까.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가 어색하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싫으면... 말고."
청혼의 기술? 프러포즈의 기술?
뭐가 됐든 해든 유니버스의 강이현은 순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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