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 3

 

https://mangsangmachine.tistory.com/

about junk

 

*뤼튼 플레이 로그*

: 태X설 연애 리셋 기반

: 강이현 일대일 @imnothuman

: 일부 수정 및 각색

 

https://youtu.be/TqIAndOnd74?si=Nn9krAqOZkgEnfp4

 

https://youtu.be/JleoAppaxi0?si=dfrVFYR0RfcWkXkA

 

https://youtu.be/fJEn29QUwZ0?si=Y9M4kptfahPDPCRN

 

---

 

 

물과 하늘이 맞닿은 저 멀리, 두 개의 세계가 만나는 지점처럼 우리도 이렇게 만났다. 당신의 질문에 내 심장이 일렁인다. 나는 당신을 사랑했냐고. 그 질문이 나를 관통한다. 심장을 집도할 때 느끼던 그 긴장감보다 더 큰 무게로.

 

"사랑했어.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

 

시체들이 내게 가르쳐준 것은 모든 생명에는 끝이 있다는 것. 하지만 당신에 대한 내 감정은 끝나지 않았다. 시체의 심장을 적출할 때마다 내 심장도 함께 떠나버린 것만 같았다. 당신이 없는 심장은 그저 박동하는 장기에 불과했으니까.

 

"나는... 매일 밤 꿈을 꿨어. 당신이 웃는 꿈. 그 꿈에서 깨어날 때마다 현실이 더 차갑게 느껴졌어. 마치 부검실의 스테인리스 테이블처럼. 시체들의 심장은 모두 당신을 향해 뛰었던 내 심장을 닮아 있었어. 멈춘 심장들."

 

당신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이 낯설다. 부검실의 거울에 비친 내 모습과는 다르다. 살아있는 당신의 눈에 비친 나는, 여전히 숨을 쉬고 있다.

 

"해든아... 우리의 심장이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면, 그때는 더 이상 멈추지 않을 거야. 시체의 심장이 아닌, 살아있는 심장으로."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고, 우리는 고요한 상자 안에 갇힌다. 당신의 숨소리가 들린다. 우리 사이의 거리는 불과 몇 센티미터. 하지만 5년이라는 시간은 그 거리를 바다처럼 넓혔다. 당신의 숨소리가 내 귀에 닿는다. 살아있다는 증거. 내가 매일 찾아 헤매던 증거. 부검실의 침묵과는 다른, 생명의 소리.

엘리베이터 숫자가 내려간다. 10, 9, 8... 마치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는 것처럼. 우리도 그럴 수 있을까. 5년 전으로, 아니 11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천천히 손을 뻗어 당신의 손을 잡는다. 시체의 손보다 따뜻한 당신의 손. 그 온기가 내 손을 통해 심장으로 전해진다. 내가 만져본 수천 개의 심장들 중에서, 당신의 심장만이 내 안에서 살아 움직였다.

 

"해든아..."

 

내 목소리가 떨린다. 부검실에서는 결코 흔들리지 않던 목소리가, 당신 앞에서는 무너진다.

 

"죽은 자들은 미완성의 사랑을 품고 떠나. 그들의 심장은 멎어버렸지만, 그들이 남긴 흔적은 남아있어. 마치 우리처럼. 우리도 미완성으로 남았어. 내가... 내가 그걸 완성하고 싶어."

 

엘리베이터의 숫자가 내려간다. 마치 우리의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당신의 손이 내 손 안에서 살짝 움직인다. 거부도, 수락도 아닌 그 미세한 움직임에서 나는 희망을 본다.

당신의 향수 냄새가 부검실의 포르말린 냄새를 밀어낸다. 내 기억 속에서, 내 심장 속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려 한다. 우리의 시간도 함께 열릴 수 있을까. 미완성의 사랑을 완성할 수 있을까.

 

---

 

"... 나, 차 안 들고 왔어."

 

당신의 말에 순간 웃음이 나온다. 그 말이, 당신의 표정이, 숨소리가, 모든 것이 너무 익숙해서. 당신이 언제나 그랬듯이, 중요한 순간에 가장 일상적인 말을 던지는 모습. 차를 안 가지고 왔다고. 내가 부검실에서 시체의 심장을 적출할 때도, 당신은 그렇게 일상의 언어로 나를 불러내곤 했다.

 

"그럼 내가 데려다줄게."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와 당신 옆에 선다. 우리 사이의 거리는 여전히 낯설다. 5년 전에는 손끝 하나 닿아도 전류가 흐르던 거리. 지금은 바다처럼 넓어진 그 거리를 어떻게 좁혀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는 나란히 걷는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당신의 걸음 소리가 내 귓가에 울린다. 당신은 여전히 왼발부터 내딛는다. 그 작은 습관까지도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요즘도... 병원에서 일해?"

 

당신의 일상이 궁금하다. 5년 동안 당신은 어떤 시간을 살았을까. 내가 시체들과 대화하는 동안, 당신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심장을 살피고 있었을까.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도, 떨어져 있던 시간도, 모두 심장의 박동으로 이어져 있다. 내 차를 향해 걸으며, 당신의 숨소리를 듣는다. 살아있는 증거. 내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증거.

 

---

 

일상적인 이야기, 나는 항상 이랬다.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고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와 만날 때에도,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이제서야 서로의 일상을 묻는다. 내 손바닥에 놓인 그의 손에서 맥박이 느껴진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그때의 그 맥박.

 

"아직도 병원에서 일해. 내가 병원이 아니면 어딜 가겠어. 오빠는 어떻게 지냈어?"

 

---

 

당신의 일상적인 질문이 나를 위로한다. 시체를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질문이 필요하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질문이. 당신은 여전히 병원에 있구나. 나는 여전히 부검실에 있고. 우리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심장을 다루고 있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당신은 병원에 있었고, 나는 죽은 자들 사이에 있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생명과 죽음, 그 경계에서.

우리 사이에 맥박이 흐른다. 당신의 손에서 내 손으로, 다시 내 손에서 당신의 손으로. 심장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시체의 심장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오직 살아있는 심장만이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당신을 데려다주는 길,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5년의 시간을 어떻게 압축할 수 있을까. 당신이 웃을 때마다 멎었던 내 심장, 당신이 떠난 후 시체처럼 차가워진 내 심장. 그 모든 이야기를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나도... 그대로야. 부검실에서 시체를 보고. 가끔은 법정에 서고. 그런 식으로 지냈어."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당신의 걸음 소리가 콘크리트 바닥에 울린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그때도 이렇게 병원 주차장을 걸었었지. 당신은 누군가의 심장을 살리고 있었고, 나는 누군가의 심장을 해부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다. 당신의 흰 간호복과 내 검은 정장이 대조를 이루었던 그 순간.

 

"가끔은... 내가 해부하는 시체가 모두 당신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어. 그들의 심장을 들여다볼 때마다, 당신의 심장을 생각했고. 그들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할 때마다, 우리의 마지막 순간이 떠올랐어."

 

주차장의 차가운 공기가 우리를 감싼다. 형광등 불빛 아래, 당신의 얼굴이 희미하게 빛난다. 5년 전의 당신과 지금의 당신 사이에는 미세한 차이가 있다. 5년의 세월이 당신의 얼굴에 남긴 흔적들. 그럼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당신. 내가 시체의 얼굴에서 찾아 헤매던 그 표정. 살아있는 당신의 표정. 나도 변했을까? 시체들 사이에서 보낸 5년이 내 얼굴에도 흔적을 남겼을까?

 

"요즘엔... 시체가 많이 들어와. 특히 젊은 사람들이. 그들의 심장은 대부분 건강해. 그런데도 멎어버려. 그걸 볼 때마다 생각했어. 건강한 심장도 멎을 수 있다면, 우리의 관계도 그랬던 건가. 겉으로는 건강해 보였지만, 어딘가에 문제가 있었던 건가."

 

차 키를 꺼내며 당신을 바라본다. 당신의 눈에는 여전히 그 빛이 있다. 내가 시체의 눈에서 찾아 헤매던 그 빛. 살아있는 눈동자의 빛. 내 가슴이 욱신거린다. 마치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 것처럼.

 

"해든아... 우리 다시 시작해볼까?"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내 심장은 시체의 심장보다 더 불안정하게 뛴다. 살아있다는 것은 이런 불안정함을 견디는 일인지도 모른다. 시체들은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든 감정에서 해방되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당신을 향한 감정에서 해방되지 못했다. 해방되고 싶지도 않다.

 

---

 

그의 차에 탄다. 다시 시작해 보자는 그의 말에 작게 웃음을 짓는다. 그와 동시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아, 울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 울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 옷 소매로 얼굴을 닦아낸다. 그의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해야 하는데, 말이 나오지가 않는다.

 

"... 또 아프면 어떡해?"

 

겨우 한 문장을 뱉는다. 꾹꾹 눌러 담은 감정들이 쏟아지지 않도록.

 

---

 

당신의 질문이 내 심장을 찌른다. 또 아프면 어떡하냐고. 그 말 속에는 우리의 모든 과거가 담겨있다. 6년의 사랑과 5년의 공백. 당신이 울 때면 항상 그랬듯, 나는 망설인다. 손을 뻗어 당신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지, 아니면 그대로 두어야 할지. 살아있는 사람의 눈물은 언제나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시체의 눈물과는 달랐으니까.

차 안의 공기가 당신의 눈물로 젖어든다. 시동을 걸지 않은 채, 나는 당신을 바라본다. 옷소매로 눈물을 닦는 당신의 모습이 5년 전과 똑같다. 시간은 흘렀지만, 당신의 슬픔은 그대로였다. 내가 남긴 상처도.

 

"아플 거야, 해든아. 아마 또 아플 거야."

 

내 대답이 차 안에 메아리친다. 시체들은 결코 이런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모든 고통에서 해방되었으니까. 하지만 살아있다는 것은 고통을 감수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그 아픔을 지켜볼게. 내가 시체들에게 배운 것이 있다면, 모든 고통에는 끝이 있다는 거야. 우리도 끝을 볼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 끝이 이별이 아닌, 다른 형태의 시작이었으면 해."

 

내 손이 당신의 손을 찾아간다. 차가운 내 손과 따뜻한 당신의 손. 생명과 죽음이 만나는 지점.

 

"시체들은 내게 가르쳐줬어. 삶의 가장 큰 후회는 말하지 못한 사랑이라는 걸. 나는 더 이상 그런 후회를 안고 살고 싶지 않아. 해든아, 나는 당신을 사랑해. 지금도, 앞으로도. 그리고 이번에는 그 말을 제대로 전하고 싶어."

 

당신의 눈물이 내 손등 위로 떨어진다. 따뜻한 액체가 내 차가운 피부를 적신다. 시체의 눈물은 이렇게 따뜻하지 않다. 죽은 자의 체온은 점차 식어가지만, 당신의 눈물은 여전히 생명의 온기를 품고 있다. 그 따뜻함이 내 손을 통해 심장으로 전해진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주차장의 형광등 불빛이 간헐적으로 깜빡인다. 그 불빛 아래서 당신의 눈물이 보석처럼 빛난다. 살아있는 자만이 흘릴 수 있는 눈물. 당신이 울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내가 부검실에서 다루는 시체들은 더 이상 울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은 이미 모든 감정에서 해방되었다.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울 수 있다. 그것은 당신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해든아, 나는 시체를 다루는 법은 알지만, 살아있는 심장을 다루는 법은 잘 모르겠어. 그래도... 배우고 싶어. 당신의 심장을 이해하는 법을. 당신의 눈물을 닦아주는 법을. 당신의 웃음을 지켜주는 법을. 내가 부검실에서 배운 것은 죽음에 관한 지식뿐이었어. 이제는 삶에 대해 배우고 싶어. 당신과 함께."

 

내 손가락이 조심스럽게 당신의 뺨에 닿는다. 눈물을 닦아내는 그 순간, 당신의 온기가 내 손가락을 통해 전해진다. 내가 시체에게서 결코 느낄 수 없었던 온기. 내 손은 당신의 얼굴에 머문다. 당신의 숨결이 내 손바닥에 느껴진다. 그 숨결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기적 같은 존재다.

 

"우리 함께 아파보자. 그리고 함께 치유되자. 그게 삶이니까."

 

당신의 말 없는 표정이 내게 다가온다. 어떤 대답보다 깊은 침묵. 차 안을 채우는 당신의 숨결이 내 귓가에 맴돈다. 당신의 심장 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다. 부검실에서 나는 항상 심장의 부재를 기록했다. 멈춘 심장, 침묵하는 심장. 하지만 지금 이 공간에는 두 개의 심장이 있다. 당신의 것과 내 것. 서로 다른 리듬으로 뛰고 있지만,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심장들.

 

"해든아."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이름에는 힘이 있다. 내가 부검 보고서에 기록하는 이름들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지만, 당신의 이름은 여전히 살아있다. 당신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당신이 대답한다. 그것이 기적이다.

 

"나... 지난 5년 동안 많이 생각했어. 왜 우리가 끝났는지.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어쩌면 우리는 서로 다른 언어로 사랑을 말했던 걸지도 몰라. 내가 시체를 통해 삶을 이해하려 했듯이, 사랑도 그렇게 이해하려 했나 봐. 하지만 사랑은... 해부할 수 없어. 분석할 수 없어. 그저 느껴야 하는 거였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병원 건물이 밤하늘에 우뚝 서 있다. 그곳에서 당신은 생명을 돌보고, 내가 일하는 부검실에서는 죽음을 기록한다. 우리는 같은 세계의 다른 끝에 서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차 안에서는 그 경계가 흐려진다.

 

"당신이 내게 준 상처도, 내가 당신에게 준 상처도, 모두 우리의 일부가 됐어. 그 상처들이 우리를 만들었고, 지금 이 순간을 만들었어. 나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싶어. 당신의 모든 것을."

 

---

 

그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젖어버린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린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린다. 그에게 하지 못 했던, 아니. 헤어진 이후 지금까지 하지 않고 묻어 두었던 그 말.

 

"... 사랑해."

---

 

당신의 말이 내 귓가에 맴돈다. "사랑해." 그 짧은 한 마디가 내 모든 세포를 깨운다. 부검실의 침묵 속에서 나는 수천 개의 심장을 만졌다. 하지만 그 어떤 심장도 지금 내 가슴 속에서 요동치는 이 심장만큼 강렬하게 뛰지는 않았다. 당신의 고백이, 그 작은 목소리가, 내 안의 모든 죽은 것들을 되살린다.

당신의 손바닥 뒤에 숨겨진 얼굴을 보고 싶어진다. 조심스럽게 내 손이 당신의 손목을 감싼다. 당신의 맥박이 내 손가락 끝에서 울린다. 규칙적인 리듬. 살아있는 증거. 내가 부검실에서 결코 느낄 수 없었던 맥박.

 

"나도... 사랑해. 항상 그랬어."

 

이 말이 얼마나 간단한지. 그런데 왜 5년이나 걸렸을까. 왜 나는 이 간단한 말을 하기 위해 그토록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까. 시체들은 이런 후회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모든 말을 다 했거나, 혹은 영원히 할 수 없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살아있다는 것은 말할 기회가 있다는 것. 지금, 여기서, 당신에게.

당신의 손을 부드럽게 내리며, 눈물로 젖은 당신의 얼굴을 마주한다. 눈물이 만든 길을 따라 내 시선이 흐른다. 그 길을 따라가면 당신의 심장에 닿을 것만 같다. 내 손가락이 조심스럽게 당신의 뺨을 스친다. 눈물을 닦아내는 순간, 당신의 체온이 내 손가락을 통해 전해진다.

 

"이제 우리, 제대로 시작해보자. 죽음이 아닌 삶을 이야기하면서."

 

그리고 나는 조심스럽게 당신에게 다가간다. 주차장의 희미한 불빛 아래, 우리의 그림자가 하나로 겹쳐진다. 내 입술이 당신의 것을 찾는다. 부드럽게, 조심스럽게. 마치 시체의 상처를 살피듯 정확하게,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조심스럽게. 당신의 입술은 따뜻하다. 내가 매일 다루는 차가운 시체들과는 다르게. 당신의 온기가 내 안으로 스며든다.

키스는 짧지만 깊다. 마치 5년이라는 시간의 심연을 뛰어넘는 다리처럼. 당신의 숨결이 내 입술에 닿고, 당신의 맥박이 내 손가락 끝에서 울린다. 살아있는 증거. 살아있는 사랑의 증거.

키스를 마치고 조금 떨어져 당신을 바라본다. 당신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고여 있다. 하지만 이제 그 눈물은 다른 의미를 지닌다. 상실의 눈물이 아닌, 찾음의 눈물. 이별의 눈물이 아닌, 재회의 눈물.

 

"집에 데려다줄게."

 

시동을 걸며 말한다. 차 안을 채우는 엔진 소리가 우리의 심장 소리와 겹쳐진다. 나는 당신의 주소를 기억한다. 5년이 지났지만, 당신에 관한 모든 것은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주소, 생일,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냄새, 웃을 때의 표정, 울 때의 목소리. 모든 것이.

차를 출발시키며, 당신의 손을 찾아 잡는다. 우리의 손가락이 얽힌다. 마치 우리의 삶이 다시 얽히는 것처럼.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동안, 병원 건물이 백미러에 비친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장소. 생명과 죽음이 교차하는 그 경계에서, 우리는 다시 시작한다.

당신의 집으로 향하는 길, 도로의 가로등 불빛이 당신의 얼굴을 비춘다. 간헐적으로 번쩍이는 불빛 사이로, 당신의 눈물 자국이 빛난다.

당신의 집으로 향하는 길, 도로의 가로등 불빛이 당신의 얼굴을 비춘다. 간헐적으로 번쩍이는 불빛 사이로, 당신의 눈물 자국이 빛난다. 그 자국을 따라 내 시선이 흐른다. 당신의 얼굴에 남은 눈물의 지도. 그 지도는 우리가 걸어온 길을 보여준다. 6년의 사랑과 5년의 공백. 그리고 지금 다시 시작되는 여정.

 

---

 

차 안은 조용하다. 우리의 숨소리와 도로의 소리만이 공간을 채운다. 말이 필요 없는 순간이 있다. 시체들은 항상 침묵하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의 침묵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된 침묵.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침묵.

당신의 집 앞에 차를 세운다. 엔진을 끄고, 우리는 잠시 그대로 앉아있다. 이 순간이 끝나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당신의 손을 놓기 싫다. 5년 동안 놓아버렸던 그 손을.

 

"들어가자."

 

내 목소리가 차 안의 침묵을 깬다. 당신이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는 함께 차에서 내린다. 밤공기가 우리를 감싼다. 10월의 차가운 공기. 내 숨결이 하얀 안개가 되어 공중에 머문다. 살아있다는 증거.

당신의 집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며, 나는 5년 전의 기억을 떠올린다. 마지막으로 이 계단을 내려갔던 날. 그때는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나는 다시 이 계단을 오르고 있다. 당신을 향해, 우리의 미래를 향해.

현관 앞에 서서, 당신이 문을 여는 동안 나는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당신의 어깨, 당신의 머리카락, 당신의 모든 것이 너무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5년이라는 시간이 당신에게 남긴 흔적들. 나는 그 흔적들을 하나하나 읽어내고 싶다. 부검실에서 내가 시체의 상처를 읽어내듯이. 하지만 당신의 흔적은 죽음이 아닌 삶의 기록이다.

당신이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선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당신을 따라 들어간다. 5년 만에 다시 밟는 당신의 집. 모든 것이 변했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 가구의 배치, 벽의 색깔, 공기의 냄새. 그러나 무언가가 다르다. 아마도 우리가 다른 사람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현관에 서서 신발을 벗는 동안, 나는 이 집에 남아있는 우리의 흔적을 찾는다. 벽에 걸린 사진 한 장. 당신과 내가 함께 찍은 사진.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아직도 그 사진을 갖고 있네."

 

내 목소리가 작게 울린다. 당신이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본다. 당신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 눈물 자국을 따라 내 시선이 흐른다.

 

"들어와. 차라도 마실래?"

 

당신의 목소리가 부드럽다. 그 목소리를 따라 나는 거실로 들어선다. 소파에 앉으며, 이 공간에 깃든 기억들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우리가 함께 영화를 보며 웃었던 순간들, 다투었던 순간들, 화해했던 순간들. 모든 기억이 이 소파에, 이 공간에 남아있다.

당신이 부엌으로 향하는 동안, 나는 거실을 둘러본다. 책장 위의 책들, 창가의 화분들, 테이블 위의 작은 소품들. 당신의 일상이 담긴 조각들. 내가 부재했던 5년 동안 당신이 살아온 시간들. 그 시간들을 더듬어 보며, 나는 묻고 싶어진다. 당신은 어떤 날들을 보냈는지, 누구와 웃고 울었는지, 내가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숨을 쉬었는지. 하지만 그 질문들은 내 입술 위에서 맴돌 뿐, 소리가 되지 못한다. 시체들에게 묻는 질문과는 다르게, 살아있는 사람에게 묻는 질문은 어렵다.

부엌에서 들려오는 당신의 움직임 소리. 주전자를 올리는 소리, 찻잔을 꺼내는 소리. 그 일상적인 소리들이 내게는 교향곡처럼 들린다. 부검실의 침묵 속에서 나는 이런 소리들을 그리워했다. 살아있는 소리들.

소파에 앉아 당신이 차를 준비하는 동안, 나는 내 손을 바라본다. 이 손으로 나는 수천 개의 심장을 만졌다. 멈춘 심장들. 그러나 지금 이 손은 당신의 심장을 만지고 싶어한다. 뛰고 있는 심장을. 살아있는 심장을.

 

"해든아."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내 심장이 반응한다. 당신이 차를 들고 거실로 돌아오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시간이 얼마나 잔인하고도 아름다운지 생각한다. 5년이라는 시간은 우리를 갈라놓았지만, 또한 우리를 이 순간으로 이끌었다.

당신이 내 앞에 차를 내려놓는다. 찻잔에서 올라오는 김이 당신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싼다. 그 안개 속에서 당신의 눈이 빛난다. 살아있는 눈동자. 내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눈동자.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내가 그토록 바랐던, 내 눈에 다시 한 번 담고 싶었던 그 얼굴. 맞다, 내 앞에 있는 그. 나는 그를 잊었다. 아니, 잊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잊은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내가 잊었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을 뿐.

 

"... 왜?"

 

당신의 질문이 내 귓가에 맴돈다. "왜?" 그 짧은 한 글자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우리의 6년, 그리고 그 뒤의 5년. 내가 떠난 이유, 돌아온 이유, 모든 것이. 찻잔을 들어 입술에 가져간다. 차의 온기가 내 차가운 손을 데운다. 마치 당신의 존재가 내 차가운 삶을 데우는 것처럼.

 

"왜... 돌아왔냐고? 아니면 왜 떠났냐고?"

 

내 목소리가 조용히 공간을 채운다. 부검실에서 나는 항상 시체에게 말을 건넨다. 그들은 대답하지 않지만, 나는 그들의 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다. 지금 당신의 몸도 내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긴장된 어깨, 미세하게 떨리는 손,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가슴. 모든 것이 질문이다.

 

"두 가지 다...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

 

소파에 앉은 채, 나는 내 손을 바라본다. 이 손으로 나는 수천 개의 심장을 만졌다. 그리고 단 하나의 살아있는 심장, 당신의 심장을 놓쳤다.

 

"떠난 이유는...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야. 그리고 돌아온 이유는... 이제는 알 것 같아서."

 

창밖으로 보이는 밤하늘이 우리를 감싼다. 당신의 집 창문으로 비치는 달빛이 당신의 얼굴을 비춘다. 그 빛 아래서 당신은 마치 부검실의 시체처럼 창백하게 보이지만, 동시에 그 어떤 시체보다도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다.

 

"해든아, 나는 시체를 통해 삶을 이해하려 했어. 죽음을 통해 사랑을 이해하려 했고. 그건 불가능했어. 내가 깨달은 건... 사랑은 해부할 수 없다는 거야. 그저 느껴야 하는 거였어."

 

당신의 눈을 바라보며, 내 안에 쌓여있던 모든 말들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가 다시 가라앉는다. 말하는 것보다 침묵하는 것이 더 익숙한 나에게, 지금 이 순간은 부검대 위의 시체보다 더 어렵게 느껴진다. 시체는 질문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의 눈은 끊임없이 질문한다.

 

"내가 떠난 건... 내가 사랑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야. 당신이 내게 주는 감정이 너무 강렬해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어. 내가 매일 다루는 시체들은 더 이상 아무것도 느끼지 않아. 그들은 안전해. 감정의 위험에서 벗어났으니까. 하지만 당신은... 당신은 너무 살아있었어. 그게 날 두렵게 했어."

 

찻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거실에 울린다. 당신의 숨소리, 나의 심장 소리, 창밖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 이 모든 소리들이 하나의 교향곡을 이룬다. 살아있는 소리들의 교향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