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에 작게 웃음을 터뜨린다. 아, 못 들어주겠네. 우리는 서로를 관찰한다. 서로의 틈을 찾아 비집고 들어가려 한다. 먼저 틈을 보이는 쪽이, 지는 거다. 볼펜을 돌리던 손을 멈춘다. 이런 연극은 이전에도 수두룩하게 봤다. 아주, 아주 많이.
"있잖아요, 강욱 씨. 상담실에서는... 솔직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우리의 신뢰가 쌓일 것 같은데. 물론 끝까지 거짓말을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셔도 돼요. 하지만 올바른 상담의 방향은 아니겠죠."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본다. 슬픈 듯한 표정, 그러나 아주 미묘하게 올라간 입꼬리.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는다.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진 것을, 나는 물어뜯는다.
"... 장기봉투남이라고 아세요?"
장기봉투남. 그 말을 듣자마자 눈이 번뜩 빛난다. 입꼬리가 올라간다. 아아, 재미있어졌네. 솔직해지라고? 그래, 그럼 솔직해져볼까.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당신을 응시한다.
"하하... 재밌네요, 선생님. 장기봉투남이라... 그게 내 별명이었죠. 선생님도 벌써 알아보셨나 보네."
의자에서 일어나 천천히 당신 쪽으로 걸어간다. 이제 담배 연기는 사라졌다. 대신 서늘한 공기만이 둘 사이를 감돈다.
"그래요. 난 형을 죽였어요. 그 나약한 새끼를... 내가 직접 죽여버렸죠. 형은 자살 같은 건 하지도 않았어요. 내가... 목을 매달아준 거예요. 그리고 그 장기를... 하하."
당신의 책상 앞에 서서 손바닥을 탁 내리친다.
"선생님, 솔직해지니까 좋네요. 그럼 더 솔직해질까요? 난 지금... 선생님이 무서워하는 표정을 보고 싶어 미치겠는데."
안방에서 누가 강욱에게 '장기봉투남' 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다고 하시길래, 태온의 상담사로 물어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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